삿포로 : 1일차
겨울의 환영! 신치토세 공항에 내리자마자 갑자기 느껴진 온도 차에 움찔했지만, 함께 간 아이의 눈은 반짝이며 신이 났습니다.
공항에서 JR 쾌속 에어포트로 40분이 걸려 삿포로역에 도착했고, 역 근처에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본격적으로 삿포로 시내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의 삿포로는 4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ESTA 쇼핑몰과 역 건물 구경을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던 라멘 요코초에서 간단하게 이른 오후 간식을 먹었는데, 따끈한 국물이 몸을 녹여줘 겨울 여행의 피로를 한결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오후 간식을 먹은 후, 오도리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넓게 펼쳐진 공원에 소복이 쌓인 눈과 겨울 장식이 어우러져 동화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삿포로 TV타워에 올라 전경을 보니 하얀 도시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잠시 호텔로 돌아가 추위를 녹이고, 저녁을 먹으러 스스키노로 향했습니다. 원래 양고기 구이를 좋아하던 아이였지만, 역시나 양념된 양고기를 잘 먹어줘 추위와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는 적합한 저녁식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핫초코를 사서 호텔로 돌아와 각자 하루의 마무리를 하며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오타루 : 2일차
2일차에는 운하와 오르골당을 가기 위해 오타루로 향했습니다. JR 하코다테 본선을 타고 가며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눈 풍경에 우리 가족은 눈을 뗄 수 없었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40여분의 시간을 지루한 줄 모르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타루역보다는 여행 동선을 짜기에 수월하다는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습니다. 5분 정도 걸렸을까요? 1902년에 건립된 오래된 건물에 있는 오르골당에 드디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1층~3층에 너무나도 다양한 오르골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캐릭터 오르골, 수제 오르골, 유리 공예 오르골, 앤티크 오르골, 수많은 인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마별로 구경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선물용으로 구매하기에 좋은 제품도 많아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아이가 물건을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려, 우리의 애초 계획보다 오래 있었던 오타루 오르골당이었습니다. 오르골당 외에도 다양한 유리공예점이 많아 한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고, 스누프 빌리지는 너무도 즐거웠던 곳입니다. 점심을 먹고, 이제 오타루 대운하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오타루 대운하는 낮보다는 밤에 가야 좋다고 하지만, 저희는 1박이 아닌 당일 여행인 관계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래도 예스러움이 남아있는 오타루 거리를 걸으며 운하의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여행의 묘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노보리베츠 : 3일차
삿포로역에서 JR을 타고 노보리베츠로 향했습니다. 도착 후 노보리베츠역 앞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노보리베츠 온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온천 마을에 들어서니 온천 특유의 따뜻한 김이 곳곳에서 올라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지고쿠다니라고 하는 지옥계곡은 웅장했습니다. 하코네 온전의 지고쿠다니보다 더 규모가 커서, 증기가 피어오르고 뜨거운 온천수가 땅 속에서 끓어오르는 장면은 어른인 제가 계속 보아도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노보리베츠에 간다는 건 온천을 하겠다는 말이죠. 미리 예약해 둔 온천에 체크인을 하고 느긋하게 온천을 즐겼습니다. 가족끼리 편안하게 온천을 즐기기 위해 미리 프라이빗 온천을 예약해 두었지만, 대욕장이나 노천탕 역시 충분히 편안하게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온천을 하고 나와보니 저녁으로 예약한 가이세키식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큰 후에 함께 한 여행이라, 메뉴 선택이 자유롭다는 점이 무척 만족스러웠고, 가족들끼리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하며 만족감을 나누는 저녁이 좋았습니다. 포근한 전통식 이부자리 덕분에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귀향 : 4일차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노보리베츠의 아침을 맞이하며, 아쉬움을 산책으로 달래보기로 했습니다. 여유 있게 대욕장에서 온천을 하고, 거리를 산책하는데, 전날 오후의 모습과는 다른 오전의 온천 거리는 작은 동네처럼 고즈넉한 인상마저 남겼습니다. 노보리베츠에서 신치토세 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다고 하는 JR을 타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오전 8시가 되어서야 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노보리베츠에서 택시로 20분 정도 걸리는 노보리베츠역으로 가서 신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표를 끊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직행은 아니고, 남치토세역에서 내려 기차를 갈아타고 신치토세 공항으로 갈 수 있었어요. 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JR을 이용했지만, 생각보다 불편했고, 오히려 도난 버스(Donan Bus)를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편안한 공항 이동 방법임을 뒤늦게 알았답니다. 여행은 항상 계획과는 다른 변수가 있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또 다른 여행을 모색하게도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