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구름다리
8.15 광복절 휴일을 맞아 온 가족이 대둔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대둔산은 878m 높이의 마천대가 있고, 그 마천대를 가기 위해 금강구름다리를 지나 삼선계단을 오르고 연이어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마천대에 오르는 코스를 흔히 잡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로 그 코스를 가기 위해 우선 대둔산 케이블카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약수정이라는 휴게소까지 걸어서 등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어인 일인지 중간에 공사를 이유로 등산로를 차단해놓았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고 철제 계단올라 약수정까지 가는 한 가지 방법으로 대둔산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연이은 더위 속에도 저희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많지 않지만 그래도 케이블카 한 대에 제법 많은 사람이 타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버스 안내원같은 역할을 하는 케이블카 안내원이 함께 탑승하여 대둔산의 이모저모를 설명해주는데, 일면식도 없는 여러 사람이 좁은 케이블카 속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기가 어색해하던 분위기도 없고, 그저 안내원의 설명에 따라 시선을 일률적으로 왼쪽, 오른쪽, 위쪽을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드디어 케이블카 하차!!
순식간에 사람들이 흩어져 철제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늦게 가면 손해라도 보는 양 우리도 앞사람의 발뒤꿈치를 보면서 부지런히 오르게 되는 철제 계단. 대둔산 등산은 짧지만 경사가 다른 산보다 높아서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금강구름다리를 향해 오르다가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 빨간색의 철제 구름다리. 이곳이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인지 하나같이 구름다리를 건너다가 가운데에 서서 사진을 찍고 찍어주고...그래서 구름다리의 가운데 부분에 사람들이 서 있으면 뒤이어 가던 사람은 구름다리 초입에 서서 기다리게 됩니다. 아침 시간이어서인지 다행히도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올라가는 사람들만 있습니다. 이 구름다리는 세 번째로 개축된 다리라고 합니다.
삼선계단
공포의 삼선계단!!!
금강구름다리를 지나 잠시 내리막길을 지나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나오는 곳이 삼선계단입니다.
삼선계단은 길이 36m의 짧은 계단이지만, 경사도가 51도에 이르기 때문에, 오르기 시작하면 거의 직각 수준으로 느끼게 됩니다.
계단이 127계단이라고 하지만, 아래 봉우리와 윗봉우리를 이은 공중에 떠 있는 계단이기 때문에, 튼튼한 철제 계단이라고 해도 쉽게 가보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경로입니다. 영국의 세인트폴 대성당 돔 내부의 500계단을 올랐던 기억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쉽게 첫발을 내디딘 저는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멀미가 나고 토할 것 같은 기분에 뒤이어 오는 남편에게 '내려가고 싶어, 토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편 뒤에 있을 다른 탐방객들을 생각하니 민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눈을 감고, 큰 소리로 '하나! 둘! 셋!...' 계단의 수를 세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삼선 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보는 경관이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는 점도, 기념 사진을 찍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도 모두 잊고, 오로지 토하지 않고 계단을 다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45! 46!.....62!' 하자 누군가 '다 왔어'라는 소리에 눈을 뜨니 내 발은 튼튼한 흙을 밟고 있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걸었던 공포의 삼선계단. 이제 다음엔 삼선계단을 타지 않고 등반하는 길로 마천대를 가리라 다짐했습니다.
마천대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지나면 그 다음은 식은죽 먹기입니다.
삼선계단 이후로 마천대로 가는 길을 그저 돌덩이가 메워진 경사로를 철제 난간과 동아줄의 도움을 받으며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역시나 경사가 심한 너덜길이기 때문에 방심하면 미끄러질 수 있고, 특히나 내려올 때는 조심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그래도 이 너덜길을 다 오르면 가다가 쉴 수 있는 들마루가 있고, 잠시 앉아 땀을 식히거나 간식을 먹으며 숨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들마루에 앉아 지나가는 탐방객들의 두런대는 소리를 들으며 메고 간 가방에서 오이와 샤인머스켓을 꺼내 먹으며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마천대 가는 길. 다시 출발합니다. 얼마나 갔을까요.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의 고된 경사로 인해 마천대가는 길은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될 정도이길 바랬습니다. 이제 또 경사로인가? 싶더니 바로 마천대에 있는 탑이 보였습니다. 우와~ 사방이 뻥 뚫린 마천대. 마천대에서 보는 주변 경관은 시원하면서도 멋있습니다. 여성스러운 경치라기 보다 굵직굵직한 남성스러운 경치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경치와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성취감에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여름 등반한 대둔산! 다음엔 단풍이 곱게 든 계절에 다시 탐방하고픈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