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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카의 지브리 미술관

by milife7488 2026. 2. 11.

미타카의 지브리 미술관에 처음 가보고자 했을 때,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로손 편의점에서 티켓을 발행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었고, 도쿄에 있을 때 여유롭게 여정이 비는 날 가보려고 했었다. 디즈니씨를 다녀온 저녁, 다음날 드디어 지브리 미술관을 가보고자 편의점에서 열심히 이것저것을 눌러봤을 때, 이상하게 예매가 되지 않았다. 수많은 일본어 버튼 중에서 무얼 선택해야 할지 헤매다가 중년의 아줌마 편의점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다행히 그 직원의 영어가 나름 유창했던 덕분에, 도움을 받아 티켓팅을 시도했다. 아! 화요일에는 휴관. 그래서 예매가 되지 않았던 거였다. 이번엔 안 되겠구나 하고 돌아선 지브리 미술관. 한 번의 시도 끝에 되지 않으니 다음에 오면 꼭 준비해서 오리라는 다짐 같은 마음이 생겼다. 

드디어, 다시 도쿄에 가게 될 기회가 왔다. 이번엔 무조건 미타카의 지브리 미술관 티켓을 한국에서 예매하기로 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개관 캘린더를 확인해서 휴관일을 알아볼 수 있고, 티켓 예매에 대한 안내대로 따라 하면 된다. 예매의 경우, 매달 10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달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입장 시간을 선택해야 하는 예매로,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또, 내가 지정한 입장 시간부터 한 시간 이내에는 입장이 가능하다. 예매 사이트는 로손(로티케 앱) 웹 사이트. 전자 티켓의 경우엔 로티케 앱을 다운로드하여야 하고, 로손 편의점에서 발행할 경우에는 종이 티켓. 나는 로손 편의점에서 종이 티켓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선택해 예매했다. 나의 입장 시간은 오후 4시. 

오전엔 철도 박물관을 들르고, 지브리 미술관으로 이동하는 도중, 아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키하바라역 애니메이트 센터로 잠시 다녀오겠다며 들어가 버렸다. 애니메이트 센터 앞에는 우리 부부와 같이 기다리는 수많은 부모들이 서거나 쪼그려 앉아 있었다. 녀석들... 수많은 캐릭터와 굿즈들 사이에서 선택 장애에 걸린 듯 하염없이 구경하는 아이를 재촉하여 다시 JR역으로 이동한 시간은 우리가 예정해 둔 지브리 미술관 입장 시간 4시에 맞추기에는 빠듯했다. 이미 늦은 일을 가지고 탓하기보다는, 일단 지브리 미술관 앞까지 가보고 못 들어가면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JR을 탔다. 이미 4시가 훨씬 지난 시간. 퇴근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전철이 만원이었다.

미타카역 남쪽 출구에서 나와 순환버스를 타고 지브리 미술관으로 갔다. 순환버스를 타면 5분 이내 거리. 해는 저물고, 미술관 직원이 빗자루를 들고 나와 미술관 입구 주변을 치우고 있던 순간.

시간을 확인할 순 없고, 그저 물었다.

"우리 예약 시간은 4시입니다. 늦었지만 미술관 들어갈 수 있나요? "

그 미술관 직원은 쓸고 있던 빗자루를 세우더니 왼편의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하는 말,

"5시까지 입장 가능하신데, 지금 4시 49분입니다. 들어가세요."

지브리 미술관 상영 티켓 사진
미타카의 지브리 미술관 단편 애니메이션 티켓

 

오후 해 질 녘의 어스름 속에 만화 속에 나오는 지브리 미술관 철문 근처의 그 상황과 분위기가 지금도 아련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서둘러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고, 들어가자마자 내 손에 쥐어진 영화 필름 형태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티켓. 미술관 내에서 짧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티켓이었다. 마지막 타임이어서인지 다행하게도 미술관 내부는 혼잡하지 않아 여유롭게 관람하기 좋았다.

지브리 미술관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제작 과정을 볼 수 있고, 관람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다양한 장면들이 건물 내부 곳곳에 있어서 또 다른 애니메이션 속에 있는 착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지브리 굿즈 샵은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 저격인 상품들이 많았다. 애석하게도 지브리 미술관 내부에는 사진과 핸드폰 금지 구역이라서 눈으로 기억에 꾹꾹 담아놓고 나와야 한다. 정원 역시 잘 가꿔져 있어서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즐기고 오고 싶었지만, 우리가 입장한 시간이 너무 늦어 카페는 정리하는 상황이었다.

지브리 미술관 순환버스를 타고 온 미타카역 사진
미타카역

 

어둠이 내린 미술관. 미술관이 있는 곳에서 JR 미타카역 사이에 이노가시라 공원이 있는데, 산책하기에 좋은 곳으로 보였다. 공원을 가로질러 미타카역으로 가려면 15~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아침부터 계속 강행군을 했던 우리 가족에게는 무리인 듯싶어, 아쉽지만 다시 순환버스를 타기로 했다. 저녁 6시가 넘자 어둠에 잠긴 미술관과 달리 주변의 주택들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고, 조용하고 깔끔한 살기 좋은 동네의 모습을 보니 우리 집이 바로 근처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역시 셔틀을 타고 역으로 가면서, 언젠가 다시 오리라, 그때는 이노가시라 공원을 걷고, 지브리 미술관 내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가리라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