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일본의 한 지역을 여행하기로 했을 때 온천을 꼭 방문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도쿄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다고 볼 수 있는 하코네의 온천을 다녀오기로 하고, 주변의 관광지를 알아보았습니다.
하코네
12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온천 지역으로, 4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온천이 있는 소도시입니다.
도쿄에서 하코네로 가기 위해서, 저희는 신주쿠역에서 출발하는 오다큐(Odakyu) 로망스카를 이용해 하코네유모토역까지 이동했습니다. 소요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하코네에는 단순히 온천뿐만 아니라, 관광을 하며 자연과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피카소의 작품들이 순환 전시되는 조각의 숲 미술관, 하코네 고라공원, 후지산을 배경으로 빨간 토리이가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아시노코, 하코네 신사, 유황의 냄새를 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오와쿠다니가 있습니다. 각각 이동할 때 버스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등산 철도를 탈 수도 있고, 로프웨이도 타고, 유람선인 해적선도 타면서 가기 때문에 이동할 떄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순환되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 하코네 관광지는, 하코네유모토역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모토하코네항으로 가서 해적선을 타고 시작하는 방법이 있고, 반대로 기차를 타고 고라지역으로 가서 소운잔과 오와쿠다니를 먼저 보고 해적선을 타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희는 버스를 타고 해적선을 탈 수 있는 모토하코네항으로 가는 방법으로 관관을 시작했습니다.
하코네 프리패스가 있으면 여러모로 경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 일본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미리 로망스카와 프리패스권을 구매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하코네에서 후지산 지역도 가깝기 때문에 들러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오와쿠다니
하코네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명칭 중 하나인 오와쿠다니.
바위틈이나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희뿌연 유황 연기를 볼 수 있는 화산 계곡입니다.
해적선을 타고 도겐다이항에서 내려 로프웨이를 타고 가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식당가가 있어 산 중턱에서 오시노코를 바라보며 간식을 먹을 수도, 커피 한 잔을 놓고 여행의 피로를 잠시 달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활화산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화산의 연기기 분출되는 곳인 오와쿠다니는 생각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바람막이용 외투가 필수인 것 같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오와쿠다니를 보고, 다양한 기념품이 있는 기념품샵에 들러 선물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시간도 보내는 사람도 많지만,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유황 온천수에 삶아 껍질이 검게 변한 검은 달걀 '쿠로타마고'를 사는 사람들이 제일 많습니다. 이 쿠로타마고를 하나씩 먹을 때마다 수명이 7년씩 늘어난다는 얘기들을 하면서 말이죠. 다음으로는 피카소의 작품이 있다는 조각의 숲 미술관을 가야하는데, 무슨 일인지 로프웨이 운행이 중지되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설상 가상,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여 계획했던 여행 일정을 급하게 변경해야 해서 조각의 숲 미술관은 그저 지나가기만 해야 했습니다. 대신 하코네유모토역으로 돌아와 예정에 없던 당일 온천을 하기로 했습니다. 검색해보니 여러 당일 온천이 있었지만, 하코네유모토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곳이라는 유라쿠안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당일 온천 유라쿠안
하코네유모토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온천이었습니다.
대욕장도 있고 노천탕도 있으며, 객실도 있어서 하코네에서 1박을 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온천입니다.
예약을 하지 않고 바로 찾아간 온천은 저희와 같이 당일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 듯 보였습니다. 입욕료를 내면 유카타를 사이즈별로 주고, 남탕과 여탕이 나눠진 곳입니다. 한 시간 후 휴게실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미리 나와 휴게실로 가 본 저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의 찜질방 휴게실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기 떄문입니다. 한쪽엔 음료 자판기가 여러 대 있고, 또 다른 편엔 각종 애니메이션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는 책꽂이가 있었습니다. 정원을 잘 꾸며놓아 유리창으로 자연을 즐기며 온전히 쉴 수 있는 휴게실이었습니다. 옆에 흥미로운 만화책들을 두고 읽지 못하니 일본어를 못하는 것이 큰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일까요. 이런 곳이라면 온천에서 1박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컨디션이 저조했던 아이는 따뜻한 온천을 하고 나서 기분좋은 상태가 되었고, 이미 저녁 시간이 되어 도쿄로 돌아가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늦고, 하코네 역 주변의 다른 식당을 찾기에도 늦은 것 같아 온천의 식당을 이용해 저녁까지 먹었습니다. 특별한 기교없는 소박한 상차림의 모습이었지만, 음식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만족스러운 당일 온천의 경험을 뒤로 하고, 하코네유모토역에서 도쿄행 로망스카를 기다리면서 지역의 관광상품들을 눈으로 구경하며 보냈습니다.
하코네 여행
하코네 프리패스와 로망스카의 시간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해적선의 운행 시간표를 미리 알아두고, 하코네유모토역 주변의 상가들은 저녁 5시 이후가 되면 폐점 준비를 하기 때문에, 혹여 관광상품을 구매하고 싶은 경우는 미리 사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코네 신사까지 걷는 길이 아주 좋아 걷는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일정에 넣어보는 것도 좋을 듯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