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일 차 오후

새해 첫날,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숙소에서 저녁에 롯폰기힐즈 모리 타워 전망대로 가야 했습니다.
'도쿄 시티뷰'라고도 하는 론본기힐즈 전망대는 52층에 있는데, 모리 미술관과 함께 있어서 모리 미술관의 상설전시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미술이나 예술 관람에 흥미가 있다면 겸사겸사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방문 예약 시간 5시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숙소에서 쉬는 남편과 아이를 재촉해 길을 나섰어요.
환승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유리카모메선을 타지 않고, 린카이선을 타기 위해 숙소에서 국제전시장역으로 걸었는데,
노을 지는 저녁 하늘이 좋더라고요. 집에서는 이렇게 여유롭게 걷는 기회조차 드물잖아요.
남편은 일하랴, 아이는 학교와 학원, 시간 나면 잠을 자고픈 욕구에, 가까운 곳을 가족이 함께 걷는 일은 정말 희귀한 경우거든요.
여행이라고 일상을 벗어나니 이렇게 한가한 마음으로 걸어보는데, 그 느긋함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묘하게 운치 있게 다가왔어요. 더구나 춥지 않은 저녁. 한국의 찬바람 없는 늦가을 날씨라고 해야 하나요. 우리 말고도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그것조차 일말의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낯선 곳에서 홀로 있지 않다는, 동행은 아닌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는 동질감.
신주쿠에서 오에도선을 타고 롯폰기역에서 내렸어요. 시간은 5시를 넘겼는데, 다행히 예약시간 1시간 이내에는 입장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두워진 거리를 걷는데, 롯폰기힐즈 모리타워 주변 가로수들을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해 놓아 잠시 저의 목적지를 잊고,
주변을 뛰어다닐 뻔했어요.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깨에 자라 쇼핑백을 두세 개씩 메고 다니는데, 세일 기간이었더라고요.
순간 나도 쇼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남편과 아이가 함께 도쿄 시티뷰를 보러 가야 했지요. 어두웠지만, 전망대 입구는 하나인 것 같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대기 줄 없이 바로바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큰 가방이나 장우산, 삼각대 같은 물품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롯폰기힐즈 모리타워 전망대(Tokyo City View)
제가 방문한 2026년 1월 1일에는 롯폰기힐즈 모리 타워에 있는 52층 모리 미술관에서 '에반게리온'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전망대만을 생각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몸을 돌리는 순간 보이는 에반게리온이 강렬했답니다.

에반게리온,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라고 해요. 전망대의 도쿄 시내 전망보다도 에반게리온 전시물 앞에서 서성이며 살펴봤지만, 사실... 일본어를 몰라 답답하긴 했어요. 핸드폰 번역기를 들고 일일이 번역할 에너지는 없어서
시선을 원래의 목적인 창밖으로 돌렸답니다. 도쿄에는 전망대가 몇 개 있어요. 스카이트리, 도쿄타워, 롯폰기힐즈(도쿄시티뷰라고도 해요), 아자부다이힐스, 도쿄도청(무료!!), 시부야스카이(탑층 야외 전망대가 압권).
롯폰기힐즈 모리타워 전망대(일명 도쿄시티뷰)의 특징은 도쿄타워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라고 해요. 그래서 도쿄타워를 전망하고, 도쿄타워 쪽으로 걸어서 도쿄시내를 둘러보는 방식이 좋다고 하던데, 저희 가족은 그렇게는 못했어요. 책상의 계획은 그랬지만, 현장은 항상 변수가 있잖아요. 내일의 일정이 '후지산 일일 버스 투어'라서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기에, 도쿄타워까지의 산책은 계획표에서 삭제했답니다.
도쿄 야경은 참 특이해요. 마냥 지평선까지 계속될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도쿄엔 전망대가 많은지도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스카이트리 전망대'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그렇게 도쿄시내를 빙 둘러 전망을 하고, 서둘러 내려왔어요. 배가 고팠거든요. 서둘러 모리 타워 지하1, 2층을 둘러보았지만, 영업 중인 식당은 층별로 하나 정도. 그마저도 메뉴가 당기지 않았어요. 밖으로 나와 역으로 가는데 손님이 만원인 식당이 있었어요. 레스토랑이었죠. 대기 4번.
다른 곳을 찾으러 돌아다니기보다 기다리는 편이 빠를 것 같았어요. 음식 재료가 소진되는지, 메뉴에 주문 불가라는 표시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지만, 뭐, 아무거나 가능한 거면 좋다는 마음뿐이었죠. 드디어!! 자리를 안내받고, 주문은 QR로 했어요. 그린 카레, 스테이크, 일본식 떡국(설 특별식). 일본에서 카레는 어느 집을 가든 맛있는 것 같아요. 스테이크 맛은 항상 기본 이상은 하지만, 고등학생인 아이가 충분히 먹으려면 그램수를 크게 선택해야 할 것 같아요. 새해이기도 하고, 일본식 떡국은 어떤가 궁금하기도 해서 시켜봤는데, 정말 국물이 끝내줬어요. 하하, 떡국 떡이 두 개 들어가있는데, 떡 하나가 정말 제 손바닥만 한 두께와 크기더라고요.
식감도 순수한 쌀떡은 아닌 것 같은데, 아주 맛있었어요. 남편과 아이 모두 먹어보더니 제 떡을 가져가더라고요. 일본에서는 해마다 떡국을 먹다가 질식사한 뉴스가 나온다더니 이 떡을 한 입에 먹다가는 정말 위험하겠더라고요.
호텔 빌라 퐁텐 그랜드 도쿄 아리아케로 돌아가며
저녁식사를 만족스럽게 하고나니 느긋한 마음이 들어 아이가 가보고 싶다는 곳으로 이끄는 대로 따라가 봤어요.
유리카모메선을 타고 오다이바 해변에 있는 한 쇼핑몰.

그곳에서 아이는 한 애니메이션 상점에 들어가 구경하고, 남편은 쇼핑몰 테라스에서 담배를, 저는 쇼핑몰을 잠시 둘러봤어요.
저녁 시간, 조금 있으면 폐점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쇼핑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1층 스타벅스 카페만은 예외더라고요.
어딜 가나 스타벅스는 애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쇼핑몰 바로 옆이 오다이바 해변공원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있고, 해변 반대편으로 가면 건담이 있는 건물이 나오죠. 저희와 같이 해변공원에서 레인보우 브리지를 보고, 도쿄만의 야경을 즐기며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도 그저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저희 숙소는 흐음... 조금 떨어져 있는 거죠. 유리카모메를 또 한 번 타야 하는 입장에서 아이와 남편을 재촉하는 일은 항상 제 몫!
아이는 원하는 스티커를 한 장 손에 쥐고, 아리아케역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우유와 삶은 달걀, 사과를 사서 숙소로 돌아가는 밤길이 쾌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