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도쿄'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일본의 수도라고 떠오르는 곳이죠.
일본 하면 오사카, 후쿠오카, 홋카이도, 교토 등등 여러 지방을 여행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도쿄가 아닐까 싶어요.
이번에는 참으로 도쿄에서만 있어보기로 하고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유명한 곳을 방문한 것도 아니고, 맛집을 찾아 순례를 한 것도 아니기에,
바삐 돌아다녔음에도 번듯하게 '어디 다녀왔소~'하고 내밀만한 특징이 있는 여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유 없이 소소하게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새해 1월 1일.
일본은 신정 기간이 연휴라서 문을 닫은 가게가 많은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즐겨볼 만한 곳을 찾아보는 것도 일종의 재미가 되었던 것 같아요.

도착
2시간여의 비행이었어요. 나리타 공항 도착.
일본 어느 곳으로든 심정적으로는 제주도에 가는 것 같은 마음으로
떠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가까운 곳이죠.
다행히 날씨는 맑았고, 바람도 세차게 부는 것 같지 않아서,
일본 특유의 파란 하늘이 내가 일상에서 벗어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어요. 흔히들 하듯, 비짓재팬웹(Visit-Japan Web)으로
미리 입국신고를 했기 때문에 바로 나올 수 있었어요.
더구나 요즘은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아
중국 관광객들이 적어서인지 정말 공항이 한산했어요.
도쿄 시내로 가기 위해서 저희 가족은 나리타공항 지하에 있는 매표소에서
저희가 도착한 시간 이후로 열차 시간표를 보고,
그 시점에서 가장 빠른 '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를 이용해서
도쿄 시내로 가기로 했답니다. 하차역은 '니포리역'.
일본 내에서는 '구글맵'을 이용해서 원하는 교통편을 검색해서 다닌답니다.
가끔씩 타고자 하는 지하철이 변경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원래 니포리역에서 하차해서 바로 숙소가 있는 아리아케역으로 가는
지하철로 갈아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니포리역에서 하차하자마자 남편은 담배 한 대가 간절했고,
저도 아이도 바깥 풍경이 궁금했어요.
역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편을 두고,
빼꼼히 역 주변을 보니 왠지 걸어보고 싶은 분위기였어요.
처음 와 본 역이지만, 아이와 마음이 맞은 저는 그렇게 여행 가방을 끌면서
니포리역 주변을 걸었답니다.
서둘러 가야 할 목적지도 없어서 더욱 즐거웠던 것 같아요.
오후 2시 직전이었을까요.
한쪽엔 작은 언덕에 묘비들이 즐비하게 있는 묘지가 있고,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오가는
사람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
그저 저희처럼 아무 목적 없이 산책하는 동네 사람들.
그 속에 여행가방을 끌며 지나가는 저희 가족이 눈에 띌 것 같았어요.
주변엔 세븐일레븐, 수제 센뻬이점, 수제 아이스크림 전문점, 꽃을 파는 샌드위치 전문점,
오래된 절, 당고를 파는 가게, 코메다카페 같은 아침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동네 카페...
하나같이 작은 가게들이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욱 정감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작은 골목길에서 운동화를 신은 중년의 아저씨가 뜀박질을 시작하는 모습들까지.
오히려 신정 연휴라서 더욱 그런 느긋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 같아요.
도로엔 차량도 별로 없었어요.
'그렇구나... 일본에 오긴 왔구나' 싶었답니다.

숙소
니포리역 'E-cute'라는 역내 쇼핑몰에서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보고
결정 장애에 걸려버렸답니다.
대부분의 숙소가 오후 3시 체크인인데, 일찍 도착할 것 같아서
일단 가방을 맡기고 오후 일정을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눈앞의 맛있는 음식들을 보자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어요.
스시와 캘리포니아 롤, 김밥과 떡볶이, 잡채와 전, 일본식 도시락, 돈가스,
다양한 샐러드, 일본식 떡, 과일 케이크와 당고, 딸기 찹쌀떡, 센뻬이 과자,
장어 덮밥.... 결국 세 바퀴를 돌고 돌아 손에 쥔 도시락과 샐러드 봉지.
이제 JR을 타고 숙소로 가야 하는데, 저희 가족이 잡은 숙소가
유리카모메선을 타고 가야 하는 곳에 있어서 환승하는 일이 조금 번거로웠습니다.
오다이바에 있는 숙소를 잡으려고 하다 보니
환승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은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유리카모메선을 타고 아리아케역까지 가서 숙소에 가보니,
오후 3시 이전인데도 다행히 체크인이 가능했어요.
기계식 체크인으로 카드키 3개를 받아 13층 숙소에 올라가 보니 너무 좋았어요.
싱글 침대 2개와 다다미식 공간이 연결된 객실.
새벽부터 계속 움직인 터라 신발을 벗고 쉴 수 있게 되니,
식구들 모두 다다미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채 움직일 줄을 몰랐어요.
저만 좌탁 위에 니포리역에서 사간 샐러드와 돈가스 도시락, 장어덮밥을 펼쳐 놓고,
빨리 먹자고 재촉하는데, 남편과 아이는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더라고요.
저만 음식을 사랑하는가 봐요~~
그래도, 도쿄에 도착해서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해 가방을 넣어놓고,
누워 있어도 되는 객실 안에 있으니,
오늘 할 일은 다 한 것 같은, 더 이상의 일정은 없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3박 4일 일정에 도착일과 출발일을 빼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
게다가 하루는 일일 버스 투어 일정을 잡아놨기에,
마냥 쉬고만 있을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도... 잠시... 맛있는 샐러드를 먹으며,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청명한 대기,
저 멀리 보이는 도쿄 타워에 행복감을 느꼈어요.
다음 글에서는 도쿄 도착한 첫날 저녁의 일정을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