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지브리 파크 예매

도쿄에 있는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브리 팬이 다 된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나고야에 있는 지브리 파크를 예약하고 말았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아니어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온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았던 나. 미타카의 지브리 미술관 방문이 너무 좋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나고야라니 가보기도 전에 은근 기대가 되기도 했었다. 일본 내 대부분의 시설은 예약이 필수라지만, 나고야 지브리 파크는 입장 시간 예약까지 정해져 있어서 더더더 필수! 입장 티켓 오픈은 두 달 전 10일 오후 2시. 그러니까 내가 7월 중에 지브리 파크를 간다고 계획한다면 5월 10일에 그해 7월의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는 얘기다. 일을 하거나 깜박 잊고 티켓 구매 오픈 시각을 놓칠까 봐 핸드폰에 알람을 세 개나 설정해 놓고 기다렸다가, 알람을 듣고 컴퓨터 앞에서 클릭하고 대기하고 기다렸다가 겨우 구매했다. 더구나, 입장권 외에도 지브리 대창고에 입장하는 시간을 지정해야 하는데, 원하는 시간을 놓쳤지만 별 수 없었다. 짧은 해외여행의 특성상 내가 가고자 하는 날 아니면 일정이 꼬이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하는지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시간이 무지 오래 걸렸다. 마치, 코로나 시절 마스크 구매를 할 때처럼 조마조마한 마음.
지브리 파크 티켓 구매한 공식 홈페이지(미타카의 지브리 미술관 티켓 구매도 요기)
スタジオジブリ|STUDIO GHIBLI
株式会社スタジオジブリの公式サイトです。新作の制作状況をはじめ、出版物、イベントなど、スタジオジブリに関係するさまざまな情報を、手づくりで皆さんにお届けしています。
www.ghibli.jp
지브리 파크 가고 즐기기
지브리 파크는 전철로 가거나 버스로 갈 수 있다는데, 우리는 나고야역에서 히가시야마선이라는 지하철을 타고 후지가오카역에서 하차해서 리니모로 환승하여 아이치큐하쿠기념공원역에서 하차했다. 벌써부터 지브리 파크의 지붕들이 보였다. 나고야역에서 약 5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지브리 파크 내에서 '지브리 대창고'를 먼저 가봐야 한다는 블로그 글들을 읽고 갔지만, 그러려면 일단, 대창고 입장 예매가 이른 시간에 지정되는 행운이 따라야 했고, 파크 입구 근처에 있는 '귀를 기울이면'의 집이 있는 청춘의 언덕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하지만 대창고 입장 시간 행운이 없었던 우리의 경우, 아이는 하나라도 놓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나도 최애 애니메이션인 '귀를 기울이면'의 집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입구에서 좌측 방향으로 돌아가는 루트로 정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브리 대창고로 먼저 가기 때문에 대기줄은 길지 않았다. 모든 것이 실물 크기로 있어서 부담 없이 건물안팎을 드나들 수 있는 지브리 파크. 그다음엔 걸어서 모노노케 마을로 갔다. '모노노케 히메'의 제철소와 멧돼지를 보고, 근처에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마녀 배달부 키키'의 키키의 집을 들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정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더러운 욕조와 캘시퍼 화로가 있어 마치 내가 바로 소피가 된 것처럼 화로 앞에서 음식을 해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ㅋㅋ 더러운 욕조는 정말 더러워서 신기했다. 냄새가 안 나 다행~

이제 지브리 대창고로 갔다. 입장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갔는데, 세상에~~~ 입장 대기줄이 너무도 길었다. 예약을 했으니 일단 대창고를 거치고 나서야 다른 곳을 가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대체 뭘 보고 대창고라고 하는가 들어가 보기 전에는 몰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세트장처럼 꾸며놓은 곳들을 모아 놓은 창고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특히나 '마루밑 아리아티' 공간은 너무나 이뻐서 지금도 알록달록 색감이 내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와 바다 열차 포토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무조건 먼저 줄을 서서 가오나시옆에서 사진을 찍고 다른 곳을 관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하루인 데다, 드넓은 파크를 절반 횡단을 한 이후라서 너무 졸려 졸기도 하다가, 이 가오나시 줄을 꼭 서야만 하는 거냐 와 같은 말을 아이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기다렸다. 다행히 대기줄 맞은편으로 식당이 있어서 점심으로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지루함을 달랬다. 드디어 가오나시 옆에 착석~ 이후로는 자유로이 돌아다녔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 폼포코 너구리대작전, 마녀 배달부 키키, 가구야 공주 이야기, 포뇨, 모노노케 히메, 바람이 분다, 추억의 마니. 그리고 지나칠 수 없는 굿즈샵. 아이 말로는 다른 곳에는 없는 굿즈가 이곳에 있다고 하는데, 흐음... 구경할 만하다. 굿즈와 사람.

대창고를 나와서 이제 둘러보지 못한 부분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한여름 햇살이 오후로 넘어가면서 견딜만한 느낌이었다. 셔틀을 타고 돈도코 숲으로 향했다. 이웃집 토토로의 사츠키와 메이의 집이 있는 곳. 정말 토토로가 살 것 같은 한적한 공간에 숲과 연못이 있는 곳. 대창고나 마녀의 계곡같이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과 달리 이곳 돈도코 숲에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었다. 그래서 더욱 인상깊은 곳. 개인적으로 돈도코 숲이 없었다면 지브리 파크의 전체적인 인상이 평범했을 듯싶을 정도로 가장 좋았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견해가 다를 것 같다.

나고야 지브리 파크는 나고야 박람회가 열렸던 부지에 스튜디오 지브리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속에 나오는 건물들을 실물로 재현해 놓은 곳. 그래서 포토 스팟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줄이 길다. 우리 식구들은 느려서 하루를 모두 이 지브리 파크에서 보냈고, 그 덕에 힐링의 정원이랄 수 있는 돈도코 숲에서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하고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셔틀을 타려는 사람들과 직원들이 많아 마지막 셔틀만을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칫하면 못 타고 걸어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아! 운동화 필수! 모자도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