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 이토야 문구
드디어... 도쿄 여행 3일 차.

오늘은 긴자 거리를 가보기로 했어요. 명품 거리로 유명하지만, 저희 가족은 명품과 거리가 멀고, 아이를 따라 이토야 문구를
가기 위함이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주말과 공휴일에 차 없는 거리가 되는 긴자 8초메 거리. '이토야 문구' 개점 시간은 오전 10시.
벌써부터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희는 이토야 문구 앞, 차 없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으며 기다렸습니다. 막연히 도큐핸즈 같은 문구점을 상상하며 들어간 이토야 문구. 120여 년 역사의 문구점이라서인지 12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또 긴자 거리에 걸맞게 역시 고급 문구류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아트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있어서 아이들의 흥미를 돋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11층에 채소를 수경재배하는 공간이 있었고, 그곳에서 재배한 채소들로 조리하여 판매하는 12층의 카페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방문했지만, 다양한 문구류 구경에 딱히 관심이 없는 우리 집 아저씨 같은 사람들은 12층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책도 볼 수 있어 좋았답니다. 역시 글로벌한 도쿄. 낮 12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일행을 기다리는 외국인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그냥 맨손으로 나오기 아쉬워 작은 손수건 두 장, 시장가방 하나를 계산했습니다. 사실 사고 싶던 물건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세제통.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서 세제통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 세제 한 방울이 쭈루루 떨어지는 신박한 물건. 가격이 10만 원에 달해 '이 물건 참 탐나네' 생각했답니다.

긴자거리에는 너무나 많은 브랜드 상점이 많아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역시나...시간을 많이 들여서 거리 곳곳을 다녀보고픈 생각이 들었답니다. 대로변의 명품점들, 뒤편으로 아기자기한 카페와 이름 모를 가게들. 도심 여행을 하다 보면 그냥 한 곳에서 계속 있고 싶은 마음은 왜 드는 걸까요?
시부야스카이 전망대
미쓰코시 백화점 식당가에서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려 겨우 점심을 해결하고, 드디어 시부야로 출발했습니다.

시부야스카이 전망대 예약은 2주전 오픈 되는데, 깜박 잊고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일몰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2시 40분으로 예약하게 되었어요. 긴자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이동하는데 예약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예약 시간 전후 1시간 이내는 입장 가능하다고 해서 뛰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시부야스카이 건물 1층에서 매표소가 있는 14층까지 가는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어요. 사람들이 줄 서 있길래 얼른 엘리베이터 줄을 섰지만, 14층까지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빠르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건 내려올 때 알았답니다. 14층.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시부야의 거리에 저는 울렁증이 시작되고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고소공포증 증상이 시작된 것 같아 남편과 아이만 올려 보내고 저는 14층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와 같이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언제 올지 몰라 14층의 기념품샵만 두어 번 구경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드디어 내려온 아이와 남편. 남편은 얼굴이 하얘져서 곧바로 담배를 피우고 싶다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별로 무섭지 않다는 말과 달리 얼른 담배 한 대가 절실한 얼굴에 두말없이 보내주었답니다. 아이는 전망대 중 제일 재미있었다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말이 많았어요. 시부야스카이 야외 전망대에서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아찔해 보였습니다. 시부야스카이 전망대는 전망대도 좋지만, 쇼핑하기에도 좋은 곳이랍니다. 층별로 눈을 사로잡는 물건들이 너무도 많아 흥미로워하니, 아이가 '엄마, 눈 돌아가는데~'라고 놀리며 쇼핑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하더라고요. 시부야스카이 전망대가 아니라 즐거워하고 말이 많아진 아이를 보는 것 만으로 행복했답니다. 이제 아이는 하라주쿠로 가서 먹어보고픈 크레페가 있다고 저희를 재촉합니다.
하라주쿠 마리온 크레페

지금껏 일본 여행을 하며 맛집이라고 찾아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아이가 커서 가보고 싶다는 맛집이 생겼나봐요. 사람이 많은 시부야를 벗어나 하라주쿠로 갔습니다. 시부야에서 한 정거장 거리의 하라주쿠.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당황스러웠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시부야라고 생각했는데, 하라주쿠는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형성된 무리를 따라가야만 나갈 수 있었어요. 그대로 하라주쿠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아이가 가고자 하는 마리온 크레페는 역에서 나와 직진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이러다 밀리면 큰일이겠다'는 생각에 천천히 가자고 했습니다. 긴자와 시부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거리. 그런데도 나름 정겨운 골목. 거리를 점령한 연령대는 확연히 젊다 못해 어렸습니다. 그래도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로, 사람들이 길가의 식당에서 거리 음식을 사 먹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천천히 무리 속에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도착! 무리 속에서 옆으로 살짝 두어 걸음 나오니 마리온 크레페 앞. 크레페 앞도 역시 크레페를 주문하려는 사람,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 주문한 크레페를 먹는 사람들로 빼곡했습니다. 저도 아이도 먹어보고픈 크레페를 주문, 길 한편에서 먹었습니다. 이건 뭘까요? 분위기가 한몫하는 걸까요? 저물어 가는 하늘빛을 바라보며, 비좁은 골목, 누군가의 집 아래 전봇대 옆에서 먹어본 크레페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골목 여기저기 크레페를 먹는 사람들의 무심함 속에서. 차가워지는 1월의 공기 속에 살짝 손이 시릴 듯한 순간 입 안으로 들어오는 달콤 시원한 부드러운 맛. 사실... 또 먹고 싶었습니다.
진정 하라주쿠만의 분위기가 있는 곳. 다녀보니 모두 하루에 한 곳만 다녀야 할 것 같은 지역들.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